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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덴마크에서 일을 하며 살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마쳤다. 생활할 집을 구했고, 거주증과 보험 카드를 받고, 관공서에 거주 등록했고, 월급을 받을 덴마크 통장과 카드도 만들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엔 여행을 가기 전 모든 준비를 마치지 못하면 어떡할지 걱정했다. 여행을 가서도 덴마크에 남은 처리해야 할 일들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았고, 최대한 어떤 방해도 없이 긴 여행을 즐기고 싶었다. 모든 관공서 및 금융 업무가 1주일 안에 끝나는 한국과 달리, 기본 1주일이 걸리는 유럽이니까, 필요한 행정 처리를 원하는 기간 안에 마치려면 더 빨리 움직이고 더 오래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 마지막으로 현지 계좌 개설까지 마치고 나서야, 맘 편히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된 거다!
2.
3주 장기 여행을 떠나기 위해 준비하고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았다. 나라 별로 다른 교통 체계와 이동 수단을 확인하기에도 하루 이틀 시간이 벅찼다. 가보고 싶은 곳은 많은데, 한정된 시간과 예산 내에서 더 중요한 게 뭐일지 고민해야 했다. 넉넉지 않은 시간은 여행을 떠나기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행계획을 시작한 나에게 포기해야 할 건 포기하라고 말했다. 여행 날짜에 가까워질수록 티켓값은 점점 비싸졌고, 매진되어 방문할 기회조차 없어지기 시작했다. 유럽 여행 계획은 최대한 빨리 시작하는 게 이득이다. 물론 늦게 시작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다. 생각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여행 장소에 이동할 방법과 잘 곳만 있으면 여행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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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페인에서 여행을 시작해, 프랑스, 스위스를 거쳐 이탈리아에서 여행을 마칠 계획을 세웠다. 4개국 16개 도시에서 총 22일을 보냈다.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6일, 프랑스 파리에서 3일, 스위스 바젤, 로잔, 쿨리, 취리히, 베른, 인터라켄 일대(슈피츠, 그린델왈트, 융프라우)에서 7일, 이탈리아 밀라노와 베니스, 로마에서 6일을 보냈다. 여행할 도시를 고르고, 도시 간 일정을 정한 뒤, 가장 먼저 도시 간 기차와 숙소를 예매했다. 그리고 구글맵에 저장해 둔 여행지를 일자별로 나누며 여행 일정을 계획했다. 유레일 패스로 기차를 예매하는 도중 바르셀로나에서 파리로 넘어가는 기차가 매진되어서, 패스를 환불한 뒤 다시 기차를 예매하고, 미술관과 박물관 티켓이 매진되어 방문할 수 있는 날을 예매한 뒤 여행 일정을 바꾸길 반복했다. 여행을 떠나기 일주일 전에는 자고 일어나서 여행 계획하고, 여행 계획하다 잠에 들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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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에서 이것만은 해보고 싶다고 마음먹은 게 있었다. 물론 완벽하게 이룬 건 하나도 없다. 다만 적어도 100 퍼센트 중에서 10 퍼센트는 이루고 돌아왔다.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보기. 인물사진 찍기. 내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고민하면서 사진 최대한 많이 찍기. 빵집과 서점 탐사하기. 도시마다 아침 조깅하기. 도시마다 소감 남겨두기. 도시마다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보기. 건물을 생산자의 입장에서 보지 말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연습하기 등등. 100 퍼센트 성공률을 달성하기보다, 완벽하게 이루길 바라기보다, 이루고 싶은 걸 생각해보고 한 번이라도 시도했을 때 의미가 생긴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에 거쳐 꾸준히 누적되었을 때 의미와 다른 가치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