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여름에 겨울 구경하기, 스위스 가족여행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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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융프라우요흐 도전 1회차. 느긋하게 숙소에서 아침 풍경을 즐기고 시작한 하루. 도라에몽 손 사진 찍고 호기롭게 그린델발트로 출발했다. 산악열차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갈 때 보이는 풍경이 하나하나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고, 구석구석 분해해 관찰하기보단 전체를 삼켜버리고 싶은 장면이 계속 이어졌다. 녹색 자연도 보고 산 비탈길 가로지르며 카트도 타고 즐길 거 다 즐긴 후 올라간 융프라우요흐. 갑자기 변덕을 부리는 날씨에 비바람이 몰아쳐 융프라우요흐 전망대로 나가는 문이 닫혔다. 문이 닫혀있으니 되돌아오는 관광객에게 왜 닫혔냐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고 직원에게 우는 표정도 해보길,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전망대 문에서 쉼터로 돌아가는 길에 전망대로 나가려는 다른 관광객에게 문 닫혔다고 또 아쉬워하길. 융프라우요흐의 하얀 얼음은 밟아 보지도 못하고 눈으로만 보면서 신라면을 먹었다.
 

숙소와 아침
도라에몽
곤돌라 탄 나와 하이킹하는 사람
카트 타는 사람
어떻게 들고 왔는지 모르지만 자전거 타는 사람
스카이다이빙
환승구간
누굴 위한 벤치인가
닫힌 융프라우요흐 나가는 길...


 
 
 
2.
 
융프라우요흐 도전 2회차. 스위스 여행 내내 융프라우요흐 라이브 웹캠을 살펴보며 날씨와 눈치 싸움을 했다. 스위스 떠나기 전날 밤, 이대로 가긴 아쉽다며 날씨가 좋든 말든 한 번 더 가보자고 결정했다. 아침에 기차표 부스가 열리자마자 표를 구매해 융프라우요흐에 올라가는 날씨가 나빠질 틈도 주지 않는 게 계획이었다. 아침 일찍 역으로 갈 택시를 예약하고 발 닦고 양치하고 세수하고 일찍 잠자리에 누워 다음날을 준비했다. 해도 뜨기 전 택시를 타고 역으로 나갔고, 2번째로 기차표와 입장권을 사고 융프라우요흐로 향했다. 안개 낀 날씨에 곤돌라와 함께 수증기 속에 갇혀 올라갔고, 융프라우요흐 못 보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머리도 뿌예졌다. 쉴 틈 없이 산악열차와 곤돌라를 번갈아 타며 도착한 융프라우요흐. 다행히 맑은 하늘 아래 얼음과 눈이 덮인 산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여기에 있는 게 맞나, 자연이 크고 나는 작다고, 동시에 하늘과 곧 맞닿을 거 같다고 느꼈다.
 

해 뜨는 아침
문도 안 열린 기차 플랫폼
뭉게뭉게 안개
한국인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