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이방인 되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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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쁜 학기와 나름 한가한 방학을 번갈아 지내면서 한 해를 보내는 대학생은 여유와 공허함이 찾아오는 방학이 되면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낀다. 그리고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문득 지난 몇 년 간의 학교 생활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방법은 배운 적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강의실 안에서 수업 듣는 법은 배웠고, 여러 프로그램을 다루는 법도 배웠고, 사람들과 협업하는 법도 배웠다. 그런데 어떻게 나로 존재해야 할지 고민하거나 배운 적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누리고 있던 환경에서 떠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해외에서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내가 자리 잡고 있던 곳에서는 내가 무엇을 해도 보이지 않는 도움이 나를 받쳐주고 있음을 안다. 이 환경을 떠난다 하더라도 완전히 자유로워지고 독립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래도 가장 멀리 떨어질 수 있는 걸 해보기로 했다.

 

 

 

2.

 

이십여년 동안 막연히 어릴 적 꿈으로 간직하고 있던 해외생활이었다. 해외생활의 시작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뒤 실제로 해외로 나오기까지는 꽤나 단시간에 이루어졌다. 가족과 함께 생각과 고민을 공유한 뒤로는 어느 나라에 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나라는 영국,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 독일 등으로 정말 많았고, 몇 가지 조건을 두고 후보군을 추렸다. 관심이 있던 영국, 네덜란드는 제한 선발이라 비자 신청 권한을 얻지 못했고, 나머지 후보는 덴마크와 독일이었다. 나는 덴마크를 선택했다. 아직까지도 한국에서는 덴마크로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일이 흔치 않아 정보가 많지 않았다. 주변인들은 덴마크도 워킹홀리데이를 가냐고 매번 물어왔다. 그래도 나는 덴마크를 선택했다. 내 관심사, 흥미와 질문들이 독일보다는 덴마크와 더 연결된다는 걸 확인했기에 그랬다.

 

 

 

3.

 

덴마크의 뭐가 그렇게 좋아서?

 

덴마크는 영어권이 아닌 나라 중에서 가장 영어를 잘하는 나라 중 하나로 손 꼽힌다. 영어회화를 중심으로 하는 공교육 시스템 덕분에 남녀노소 불구하고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고, 덴마크어를 쓰다가 영어를 쓰다가 자유롭게 두 언어를 구사한다고 한다. 한국어도 어설프게 하고 영어도 어설프게 하는 사람으로서 그나마 머물 수 있는 나라 중 하나다. 내가 덴마크에서 쓸 수 있는 말은 오로지 “Hej, Jeg snakker ikke Dansk. Jeg snakker Englesk.” 뿐이다. “안녕하세요, 저 덴마크어 못해요. 영어 해요.” 메뉴도 제대로 못읽어서 직원에서 매번 발음 교정을 받곤 한다. 북유럽 삶에 대해 로망 없이 덴마크로 가기로 했다면 거짓말이다! 실용적이고 예쁜 디자인을 좋아하는 나로서 북유럽에서 살아볼 수 있는 건 너무 의미있는 기회다. 북유럽의 여유로운 삶, 삶을 대하는 태도,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고민 등 여행자 신분이 아닌 거주자 신분으로 경험해보고 싶은 것들 투성이다. 여름이면 밤 10시가 되어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는 어떻고!

 

 

 

4.

 

어쩌면 용기, 어쩌면 도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