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text.
1.
TO DO LIST1. 비자발급하기
2. 생체등록(Biometrics)하기
3. CPR 등록 가능한 집 구하기
4. 비자(Residence Permit)와 집 계약서(Tenancy Agreement) 들고 거주 등록하기
5. Pink Card(Residence card)와 Yellow Card(Health Insurance card) 수령하기
6. MIT ID(한국의 공인인증서) 등록하기
7. 덴마크 계좌와 텍스 카드 발급하기
8. 출근하기
2.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근무하고 거주하는 이방인이 되기 위해, 검은색 글자가 적힌 하얀 종이가 필요했다. 살고 있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머물게 된다는 것, 종이 몇 장 없인 합법적으로 머물 수 없다는 사실은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태어나 자국민으로 살아 온 나에겐 꽤나 마음 졸이는 일이었다. 덴마크에서 합법적 이방인이 되기 위해선 비자라고 적힌 종이 몇 장이 필요했다. 온라인 폼을 통해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 비자 발급 신청을 마쳐야 했고, 비자를 발급받은 뒤엔 덴마크에 가서 생체 등록을 해야 했다. 이후 장기 거주를 할 수 있는 집을 구하고 거주 등록을 마쳐야 했다. 또 일을 하기 위해선 덴마크 은행 계좌와 텍스 카드도 개설해야 했다. 해야 할 일은 이렇게나 많았지만, 덴마크는 미국, 캐나다, 호주처럼 많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 아니어서 비자 준비 과정에서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인터넷에 검색해도 자세한 정보는 부족했고, 최신 정보는 더욱 찾아보기 힘들었다. 덴마크 한인 오픈채팅방에 질문을 올리거나 덴마크 비자 관리청과 이민 관리청에 직접 이메일을 보내야만 했었다. 하지만 이메일을 한 번 보내면, 한국과 달리 답장을 받기까지 최소 일주일이 걸렸다. 한 번 보낼 때 모든 질문을 담아 메일을 작성하곤 했다. 그렇게 정보를 긁어 모으고 마음을 졸인 끝에,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3.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덴마크에 머물 계획이었다. 비자를 알아보고 준비할 당시에는 아직 인턴십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만약 인턴십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활용해 현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볼 생각이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회사의 동의가 필요한 인턴십 비자와 달리 발급 절차가 비교적 간단했다. 또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흔히 카페나 농장에서 일하는 데만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비자 규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일반 회사에서도 근무가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인턴십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데에 모두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4.
한국인으로서 덴마크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한국에서 비자 발급 신청만 하고 덴마크에서 비자를 수령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하나는 한국에서 비자 발급과 수령을 모두 완료하는 방법이다. 나는 덴마크 현지에서 비자를 수령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 경우, 먼저 덴마크 비자 관리청인 ‘New to Denmark’ 웹사이트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 카테고리에 들어가 비자 발급을 신청해야 한다. 비자 발급 비용을 결제하면 케이스 아이디가 발급되며, 결제 영수증과 통장 사본 등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14일 안에 덴마크 이민 관리청 SIRI에 방문해 생체 등록을 해야 비자 발급이 진행된다. 여기서 생체 등록이란 SIRI에서 사진 촬영과 지문 등록, 개인정보 제공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생체 등록을 완료해야 비자 발급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며, 쉥겐-비쉥겐 협약을 이용해 덴마크에서 비자 없이 최대 90일 간 머무르며 비자 발급을 기다릴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 비자 발급과 수령을 모두 완료하려면, 마찬가지로 ‘New to Denmark’에서 비자 신청 및 결제를 하고 케이스 아이디를 발급받아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이후, 국내 노르웨이 대사관에 비자 발급 면접 예약을 잡고 필요한 서류와 대행 비용을 준비해 대사관을 방문해야 한다. 한국에는 덴마크 대사관이 없기 때문에, 노르웨이 대사관이 덴마크 비자 관련 업무를 대행하며, 이 과정에서 약 이삼백만 원 정도의 대행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노르웨이 대사관에서 면접을 보고 나면 비자 신청이 접수되고, 두세 달 뒤 대사관에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비자를 수령할 수 있다. 비자를 수령한 뒤에는 덴마크 현지에서 SIRI를 방문하여 생체 등록을 진행하면 된다. 이 방법에서는 ‘비자 발급 신청 후 14일 내에 생체등록을 해야 한다’는 기존 조건이 적용되지 않으며, 비자 수령 후 14일 내에 덴마크에서 생체 등록을 하면 된다. 나는 대행 비용과 한국에서 비자를 기다리는 두세 달의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해 덴마크에서 비자를 수령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더 안전하게 비자를 발급받고 출국하고 싶다면, 한국에서 비자 신청과 수령 모두 완료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5.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 신청만 해둔 채, 인턴십 지원과 공모전 작업을 병행하며 인턴십 오퍼를 기다렸다. 비자는 발급 비용을 결제한 순간부터 14일 내에 덴마크에 입국한 이후 생체 등록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인턴십이 확정되면 그때 비용을 결제하고 덴마크로 떠날 계획이었다. 인턴십 오퍼가 오지 않아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덴마크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야 하나 고민하던 중, 마침 회사로부터 오퍼가 들어왔다. 회사에서는 인턴십 비자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했기에, 신청했던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환불 받고 인턴십 비자를 새로 신청하기로 했다. 인턴십 비자는 워킹홀리데이 비자와 달리 회사와 공동으로 발급 신청 서류를 작성해야 했다. 먼저, 비자 케이스 아이디를 발급받아 회사에 전달하면 회사가 서류의 첫 부분을 작성했고, 이후 내가 나머지 부분을 작성해 비자 발급 신청을 마무리했다. 또 회사는 고용 계약서와 계획서를 준비해 주었고, 나는 그 외 필요한 서류를 준비했다. 운이 좋게도, ”인턴십이 확정되지 않으면 그냥 덴마크로 떠나서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미리 예매해 둔 덴마크행 비행기 일정과 비자 발급 신청 과정이 맞아떨어졌다. 회사와 고용 계약서, 비자 발급 신청 서류를 주고 받는 동안 비행기 일정이 점점 다가왔다. 비자 발급 신청을 완료하고 SIRI 방문일까지 예약했고, 약 일주일 후 덴마크로 떠났고, 14일 내에 생체 등록까지 모두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