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어느 집에서 살아야 하지?

text.

 
 
 
1.

TO DO LIST
1. 비자발급하기
2. 생체등록(Biometrics)하기
3. CPR 등록 가능한 집 구하기
4. 비자(Residence Permit)와 집 계약서(Tenancy Agreement) 들고 거주 등록하기
5. Pink Card(Residence card)와 Yellow Card(Health Insurance card) 수령하기
6. MIT ID(한국의 공인인증서) 등록하기
7. 덴마크 계좌와 텍스 카드 발급하기
8. 출근하기





2.

한국에는 직방, 다방이 있다면 덴마크에는 Boligportal, Findroomate, Lejebolig 등이 있다. 집주인이 집 사진과 조건을 올리면 세입자가 연락해서, 방문 예약을 잡고 그 이후 집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Facebook의 International student, Housing 같은 그룹에서도 집을 찾을 수 있다. 다만, 무료 시스템이고 인증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사기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집을 보기도 전에 예약금이나 돈을 내라고 한다면 사기다. 나도 한 번 당할 뻔했다. 집주인과 이메일로 연락하다가 집 방문 예약을 위해 개인정보와 예약금이 필요하다길래, 일반적인 절차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덴마크 생활정보 채팅에 물어 확인해 보니, 전혀 일반적이지 않다고 사기일 확률이 높다고 해 피할 수 있었다. 이 이후로 페이스북에서 집을 찾는 건 관두었고 유로 시스템만 사용하기로 했다.
 


 

3.

가장 먼저 사용한 건 Boligportal로, 가장 이용자가 많은 사이트다. 집 구하는 데 최소 2주는 걸릴 거로 생각했기에 맘 편하게 한 달 정기권을 끊었다. Boligportal을 일주일간 사용하면서 내 조건에 맞는 거의 모든 집과 새로 올라오는 집에 연락했다. 메시지 창엔 40개가 넘는 채팅방이 생겼다. 그런데도 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오는 데는 5곳 정도였다. 한 사이트에만 찾아서는 옵션이 많이 없겠다 싶어 Findroomate와 Lejebolig도 사용했다. Boligportal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고 정기권 종류도 더 많다. Lejebolig는 Lejebolig 독점 상품뿐만 아니라 Boligportal이나 Findroomate 등 여러 사이트에 업로드된 있는 상품과도 연동되어 있고, 부동산 에이전시와 연결된 상품도 있어 더 많은 옵션을 얻을 수 있었다. 아마 2주 동안 60개 넘는 집에 연락을 돌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8개의 집을 직접 보러 갈 수 있었다.
 

일주일간 같이 집 보러 다니고 놀러 다닌 동키 자전거, Arthur!
Lejebolig 결제창

 
 

4.

회사와의 거리, 근처 생활 인프라, 집 청결도, 룸메이트 정보, 가구 포함 여부, 주방용품 포함 여부, 월세, 공과금 등 따져야 할 조건이 많았다. 집을 보러 다니면서 알게 된 덴마크 집의 몇 가지 특징들이 있다. 주방과 화장실, 거실은 공유하고 각 방을 빌려서 사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남성 전용, 여성 전용처럼 집주인은 세입자의 성별에 제한을 둘 수 없다. 한 집 안에 방은 2개부터 6개까지 있다. 아파트 안에 가족 단위를 위한 집과 개인이 서로 공유하며 살기 위한 집이 있다.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에도 룸 쉐어가 있다. 상가 위에 집이 있거나, 주로 5층 이내의 아파트가 많다. 물론 대부분 엘리베이터는 없고, 열쇠를 사용한다. 룸 렌트가 보편적이다 보니 공과금도 방마다 낸다. 공과금이 월세에 포함되는지 안되는지, 가구가 방 안에 구비되어 있는지 아닌지는 집마다 다르다. 보증금은 주로 세입자가 나간 뒤 페인트칠, 나무 바닥 보수에 사용된다.
 
 
 
5.
 
첫 번째 집은 네 명이 쉐어하는 아파트였고, 두 번째 집은 여섯 명 쉐어하는 단독 주택, 세 번째 집은 방이 3개인 아파트, 네 번째 집은 방이 3개인 단독 주택, 다섯 번째 집은 방이 2개인 아파트, 여섯 번째 집은 방이 2개인 상가 위 아파트였다. 그리고 일곱 번째 집은 방이 4개인 작은 아파트, 여덟 번째 집은 큰 거실과 방 4개가 있는 아파트였다. 방이 좋아도 화장실 청결이 나쁜 집이 있었다. 방이 좋아도 높은 월세과 공과금을 따로 내고 가구를 구매해야 하는 집이 있었다. 마당도 있고 방도 좋지만 거리가 멀고 룸메이트가 믿음이 가지 않는 집이 있었다. 옥탑방이어서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창문을 못 여는 집도 있었다. 곰팡이 냄새가 나는 집도 있었다. 집을 보러 다니며 만난 집주인은 이사를 나가는 사람, 식품유통업을 하는 사람, 아이를 가르치고 아이를 위한 게임을 만드는 사람, 배우자 대신 집을 보여주는 사람, 부동산 업자 등 다양했다.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며 적합한 집을 찾았다. 오전에 집을 보고, 그날 오후 바로 집주인에게 연락해 입주하고 싶다고 연락했다. 사기 안 당하겠다고 집 정보로 서치도 하고 부동산 정보도 찾아봤다. 그런데 밤이 지나도 답장이 안 오길래 다음 날 아침 한 번 더 어필하는 연락을 보냈다. 그 집이 모든 조건에 딱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꼭 계약하고 싶었다. 다행히 웹사이트 네트워크 문제로 연락이 안 닿았던 거였고,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며 집 계약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다. 정착하기 위한 문제를 한둘 해결해 나아가니 마음이 점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