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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탈리아는 기차도 사람도 제시간에 오지 않는다고 익히 듣고 들었다. 한 이탈리아 친구로부터 듣길, 이탈리아인은 매 순간을 여유 있게 즐기려고 한다고,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다 친구와의 약속에 늦는다던가, 그런 일이 많다고 한다. 우린 이탈리아 땅에 발을 딛자마자 이탈리아의 혼란스러운 교통 체계를 경험했다.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이동하기 위해선 환승을 최소 두 번은 해야 했다. 무거운 짐을 이끌고 스위스에서 기차를 타고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경선 근처의 도시에서 내렸다. 계획대로라면 버스를 타고 곧바로 밀라노에 갈 수 있었다. 짧은 환승 시간에 버스를 놓칠 새라 뜀박질 아닌 뜀박질을 하고, 고장 난 엘리베이터에 화내며 짐을 들고 계단을 올랐다. 왜 고장 난 엘리베이터를 바로 고치지 않는 거냐고! 버스 정류장을 찾아 헤매느라 웅성웅성 몰려 있는 사람을 따라다니고 직원에게 물어 지금 서 있는 버스 정류장이라고 확인을 받고 나서야 한시름 놨다. 그것도 한순간, 버스 도착 예정 시간이 십 분, 삼십 분이 지나도 오지 않아 버스를 이미 놓쳤나, 다시 다급해졌고 옆에 옹기종기 버스를 기다리며 모여 있던 사람들도 흩어져 옆 구석이 휑했다. 옆에 서 있는 사람과 돌아다니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버스가 오는 길에 고장이 나서 길에 멈춰있다고, 기차표 창구에서 다른 표를 사서 밀라노에 가란다. 아무런 공지도 없고 정확한 안내도 없이! 그래서 사람이 점점 사라졌구나, 싶었다. 다른 표를 예매하고 가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화내서 무얼하나... 기차표 창구에서 확인한 밀라노로 가는 방법은 환승을 두 번, 그것도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환승해야 하는 법과 서너 시간 뒤 저녁 버스를 타고 가는 법이 있었다. 여기서 무작정 기다리다 숙소에 늦게 들어가느니, 힘들더라도 일찍 가서 쉬자고, 두 번 환승하는 방법을 택했다. 덕분에 플랫폼 바닥과 높이가 하나도 맞지 않는, 터무니 없이 높은 출입문을 가진, 승객이 열 명 채 되지 않는, 운행하는 기차가 맞나 의심이 가니 기차를 나갔다 들어갔다 반복하게 한, 오래된 기차를 타봤고, 좁은 좌석 공간에 무릎이 앞좌석에 닿을 정도로 아담한, 해가 저물어 가는 늦은 오후에 사람이 바쁘게 출근하는 아침 시간을 달리는 고장 난 시계를 달고 있는, 광역버스를 타봤고,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깨끗하고 뽀얀 기차도 타봤다. 드디어 밀라노 땅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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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밀라노가 음식 맛있기로 유명했던가? 밀라노에 도착한 우리는 한식당을 찾아 나섰다. 두 끼, 세 끼에 나눠 먹어도 충분한 메뉴를 한 끼에 시켜선 접시를 말끔히 비워 먹었다. 한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는 와중에 목을 축이기 위해선 이탈리아 맥주를 마셨다. 이게 퓨전이지, 이게 글로벌이고 문화 융합이지, 뭐 별거 있나. 사실 한식을 먹으면서도 이탈리아에선 이탈리아 술과 음식을 먹어야지, 그런 자부심과 태도가 만든 혼종이다. 도넛과 츄로스 같은 길거리 음식도 먹고, 피자도 인당 한 판 주문해 먹고, 파스타와 리소토, 젤라토도 질리도록 먹었다. 세상에 음식이 파스타와 피자, 젤라토만 있는 것처럼 그랬다. 이탈리아 사람은 우리가 파스타 좋아해, 피자 좋아해, 너무 좋아해서 매일 먹어, 아페롤 스프리츠도 빼놓지 않고 먹지, 라고 하더라도 그리 놀라지 않을 텐데. 왜 우린 아직도 외국인이 삼겹살, 비빔밥, 김밥, 떡볶이와 닭강정, 라면, 소주와 막걸리를 말하면 기뻐할까? 나는 왜 내심 뿌듯해져선 더 추천해 주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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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루에 최소 이만보는 걸어 다녔던 2주간의 나홀로 유럽여행, 그 다음 가족과 만나 한결 편한 마음으로 여름과 겨울 날씨를 오가는 스위스 여행을 하고 난 뒤, 감기에 걸렸다. 스위스에서도 달고 있던 감기 기운에 효과가 강하다는 비타민도 먹곤 했다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 코는 훌쩍거리고 열이 올라 눈은 다 안 떠지고. 결국 밀라노 첫날 오전 반나절은 침대에서 보냈다. 여유와 쉼이 있는 여행을 하는 게 매번 내 계획과 다짐이지만 여행 조사를 시작하고 가고 싶은 곳을 일정에 더하다 보면 항상 지키지 못한다. 다 처음 가보는 도시라서 욕심이 더 많달까. 결국엔 몇 갠 직접 보는 걸 포기하게 되지만, 그래도 여전히 종종걸음으로 다니게 된다. 걷다가 우연히 보는 장면에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것도 놓치기 싫다고 별 이유 없으면 걸어 다닌다. 내 여행은 질릴 정도로 걷다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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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커피 자부심이 넘쳐난다는 이탈리아. 이탈리아 커피 말고는 다른 나라 커피와 프랜차이즈 매장을 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이탈리아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 스타벅스 리저브 일 호 점. 감히 말하길,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안엔 이탈리아 어떤 커피숍보다 손님이 많았다. 커피 자부심이라는 벽도 뛰어넘은 스타벅스는 어떻게 이탈리아에 발을 들일 수 있었을까? 자부심은 새로운 것의 유입을 막는 자기중심이자 전통, 또는 오만함. 무겁게 자리 잡고 있는 중심을 흔드는 건 변화와 브랜드, 가꾸어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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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비 오는 밀라노. 밀라노 산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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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제 다시 각자 위치로 돌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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