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내겐 너무 무거운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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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미는 가벼웠으면 좋겠는데 무겁다. 글을 읽고 쓸 수 있을 때부터 취미는 짐이 된다. 자기소개서에 빠지지 않고 있는 취미란은 나를 주저하게 만든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일을 써 내려가기도 전에, 이건 너무 흔한가, 이건 너무 재미없나, 이건 너무 이상한가, 판단하고 검열한다. 입사지원서를 쓸 때면 취미가 꼭 직무와 관련 있어야 할 거 같다. 평소에 쳐다보지도 않는 신문 읽기를 적어 내야 하나 고민한다. 개인의 순수한 즐거움이 아니라 타인이 나에 대해 가질 인상이 취미 선정의 기준이 된다. 이렇게 취미는 무거워진다. 안타깝게도 취미는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솔직한 취미를 적는 걸 망설이게 하는 입사지원서처럼, 특정 취미를 향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은 그 취미 활동을 하는 사람을 ‘그런 사람’ 집단으로 만든다. 또 특정 취미를 향한 사회의 선망하는 시선은 또 ‘그런 사람’ 집단을 만든다. 취미는 그렇게 더 무거워진다.







2.

흔히 시간이 날 때 즐거움을 위해 하는 일을 취미라고 하지만, 일과 핸드폰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현대인에겐 이제 취미란 시간을 내어서 해야 하는 일이다. 의도적으로 핸드폰에서 벗어나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취미활동을 하는 나를 만들어야 한다.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 누군가와 같이 즐길 수 있는 취미,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성취감 없이도 몰입해서 즐길 수 있는 취미, 소소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취미, 잡생각을 없애줄 취미 등 투자해야 할 취미는 많고도 많다.



3.

취미는 반복과 주기성에서 온다. 한 번 해본 걸 취미라고 하지 않는다. 여러 번 해보고 계속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되어서야, 요즘 이런 걸 취미로 하고 있다고 주변 사람에게 말하기 시작한다. 일상과 습관 또한 반복에서 온다. 반복은 평온함과 지루함을 준다. 반면 쾌락은 일시적이고 한정적이어서, 반복이 주지 못하는 강렬한 인상을 준다.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일시적인 쾌락이 아니라,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과 습관, 취미다. 흔들리지 않는 행복은 반복에서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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