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ㆍ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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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글자를 따라가다가 멈추어 한 단어를 빤히 쳐다보거나 여러 번 중얼거린 적이 있나. 이해되지 않는 영상을 되돌려 보는 것처럼.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걸린 것처럼. 그런데 왜 주춤거렸는지 모르겠는 적이 있나. 비 오는 날 창가를 의자 삼아 앉아 이슬아 작가의 ‘날씨와 얼굴’을 읽은 날이었다. 유독 자갈길처럼 울퉁불퉁하고 글자를 따라갈 때마다 주춤거리게 되는 책이었다. 그렇게 ‘미온적‘을 만났다.
“2022년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에 그는 청와대 앞에서 머리카락을 밀었다. 발달장애 당사자, 가족, 그리고 시민 555명과 함께하는 삭발이었다. 이들이 한데 모여 머리를 밀면서까지 절박하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장애인 권리보장 정책에 관한 내용이다. 장애인 권리보장법과 탈시설 지원법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상기시킨다. 국회는 아직까지도 '미온적으로' 심의 중이지만 그야말로 당사자와 주변인의 생사가 달려 있는 법안들이다.”
사전에 따르면 '미온적'은 행동이 분명치 않고 소극적이어서 태도가 미적지근한 것을 말한다. '미온적'은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고 뜨거움과 차가움 사이에 애매하게 떠 있다. ‘미온적’에 대한 불편함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애매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오는 소속감의 결여.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불확실함과 싸우게 만든다.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에 나선 사람들은 의사결정자의 ’미온적‘인 반응에 맞서 얼마나 치열하게 불확실함과 싸웠을 것인가.
#23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