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덴마크의 가을방학, 일과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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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근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인가, 내가 출근을 잘못했나 싶은 날이 있었다. 회사에 사람이 없었다. 정말 텅 비어있었다. 데스크 직원분, 다른 직원 몇분, 그리고 인턴이 다였다. 인턴이 직원보다 많았다. 내 멘토도 없으니 할 일도 없고, 다른 인턴이랑 빵 먹고 커피 마시고 얘기하고 그렇게 한 시간 동안 놀았다. 그랬는데도 아무도 출근을 안 했다. 알고 보니 덴마크 가을 방학 기간이랬다. 어쩐지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오는 데도 길가에 사람 한 명 없더라. 그렇게 인턴만 있는 텅 빈 회사 체험을 했다.
 
 
 
2.
 
덴마크는 쉬는 날이 많다. 공휴일이 많다는 게 아니고, 휴가가 충분하게 지급되고 자유롭게 쓰는 문화와 이해가 자리 잡고 있다. 출근하기 전엔 인턴이 휴가가 있겠어, 했는데 알고 보니 휴가가 있었다. 그것도 매달 들어오는 유급 휴가, 넉넉한 휴가 말이다. 근무 시간도 비교적 짧은데 휴가도 유연하고, 재택근무와 출퇴근 시간도 유연하니, 근무 시간은 더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건 당연하다. 주어진 테스크를 주어진 시간 안에 끝내야 하니까 오히려 사용하는 시간과 테스크에 부여되는 책임감은 더 크다. 점심시간은 30분밖에 되지 않고, 점심시간마저도 자유롭다. 호텔 조식처럼 정해진 시간 동안에 자유롭게 먹을 수 있고, 할 일이 많지 않으면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점심시간을 늘려 사용하기도 한다.
 


 
 
3.
 
열심히 일한 자 열심히 놀아라! 나는 물론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만 열심히 놀 거다. 어쨌든 오래오래 즐겁게 일하면서 멈추지 않는 획을 긋기 위해선 나에게 맞는 적절한 순간에 쉼표를 찍어주는 것도 필요하단다.